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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가슴성형, 희귀암 발병 가능성에도 정보 부족해 소비자 ‘불안’

By Lim Jeong-yeo

Published : Aug. 21, 2019 -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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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강남권 지하철역 광고판을 도배해온 ‘물방울 가슴 성형’이 희귀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최초 국내 확진 환자가 발표된 14일 이후 강남의 한 성형외과병원에서 만난 A(24)씨는 적절한 정보와 안내를 받을 창구가 없음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관련 영문기사: Are ‘water drop’ breast implants a ticking time bomb in the chest?


A씨는 3년전 가슴 성형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원장도 엘러간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고 본인 가족 같아도 이 보형물을 추천하겠다며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A씨가 시술받은 엘러간사의 ‘바이오셀 텍스쳐드(거친표면)’ 보형물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권고로 전세계적 리콜을 진행중이다. 


강남 한 성형외과 병원에서 만난 A씨 강남 한 성형외과 병원에서 만난 A씨


“수술했던 병원에 전화해보니까 나를 방치하고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말을 했다”는 A씨는 “국가에서나 엘러간에서 어떠한 말도 없고 보상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답답하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다만 A씨는 가슴 수술 후 삶의 만족도가 향상된 점을 감안해 보형물 제거 보다 교체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A씨 주변엔 같은 상황에 처한 지인이 네다섯 정도 있다.

미국 FDA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타사의 거친표면 보형물에 비해 희귀암의 일종인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발병률이 6배 가량 높다. 유방보형물로 인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영문표기명을 줄여 BIA-ALCL로 불린다.

FDA가 7월까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특정된 573건의 BIA-ALCL 중 481건이 엘러간 제품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중 사망환자는 33명이었는데, 보형물 제조사가 파악된 13명의 환자 중 12명이 엘러간 제품을 이용했다. 


BIA-ALCL (사진=FDA) BIA-ALCL (사진=FDA)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최도자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8년 사이 국내에 유통된 텍스쳐드(거친표면) 유방 보형물은 약 22만 2천 5백건에 이르며 이중 엘러간사의 제품이 약 11만 4천 4백개로 50퍼센트를 차지한다.

수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내국인에 제공된 정확한 수량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홈페이지에 안전성 경보를 게재하고 성형외과의들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기존 피해 사례에 대해서는 식약처와 대한성형외과학회가 엘러간사와 보상을 협의중이다.

텍스쳐드 보형물은 미국 외 시장에서 더 성행했다. 거친표면 보형물은 미국내 가슴성형 시장에선 약 10분의 1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 등 세계시장에선 80퍼센트 이상의 선호도를 보였다.

약 19년 가슴성형 전문의로 활동한 바노바기 성형외과 반재상 원장은 지난 10년간 바노바기에서 텍스쳐드 제품으로 시술을 받은 국내외 환자가 4,2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반재상 원장 바노바기 성형외과 반재상 원장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에선 미국 FDA의 리콜조치 이전부터 엘러간사 제품을 포함한 텍스쳐드 보형물을 유통제한 시킨 바 있다.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장 민경원 교수는 특정 보형물 선호 현상이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인종에 따른 피하지방 두께차도 있겠지만, 텍스쳐드 수술이 스무스타입 수술보다 섬세하다”며 “자연스러운 모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인 특성상 거친표면 보형물을 많이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장 민경원 교수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장 민경원 교수



텍스쳐드(거친표면) 보형물은 기존 매끄러운 표면의 스무스 타입 보형물에 비해 가슴 내부 조직에 접합이 용이하며 물방울 형태를 유지한채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연스러운 가슴 모양 시술에 선호되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표면 요철이 체내에 반복적인 미세염증을 일으키며 세포변형(T-cell)으로 이어져 결국 BIA-ALCL을 야기하는 게 아닌지 학계는 추측한다.

미국 FDA는 BIA-ALCL 발병률이 극히 낮음을 강조하며 붓거나 통증 등의 증상이 없을 시 엘러간사 보형물 제거술을 받을 필요가 없음을 공지했다.

다만, 가슴수술을 고려하는 모든 이들이 유방보형물에 따르는 위험요소를 충분히 인지할 것을 안내하며 수술 후 6개월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했다.


코리아헤럴드 임정요 기자 
(kaylalim@heraldcorp.com)